The Best American Science and Nature Writing 2000-2017

호턴미플린하트코트(HMH) 출판사가 2000년부터 매년 내는 ‘The Best American Science and Nature Writing’ 시리즈가 있다. 그 해에 미국 잡지에 실렸던 과학/자연 기사 중 좋았던 것을 100편쯤 출판사가 선정한 뒤, 매년 달라지는 초빙 편집자가 그중 20~25편쯤을 골라서 책으로 엮는 것. (HMH의 ‘Best American Series’는 단편소설, 에세이 등 다른 분야도 많고 과학/자연 편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다. 과학/자연 편 전체를 보려면 여기.)

9781328715517_lres2017년 올해의 책도 진작 나왔는데, 초빙 편집자가 [랩 걸]의 저자 호프 자런이 아닌가! 난 이 시리즈를 한 권도 읽지는 않았다. 그래도 매년 올해는 누가 초빙 편집자가 되었고 어떤 작가들이 포함되었는지는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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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빙 편집자를 유심히 보게 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딴소리지만, 영국왕립학회가 주는 과학책 상에서 눈에 띌 정도로 여성 수상자가 안 나오는 것 때문에 몇 년 전 퍽 심각한 논쟁도 있고 그랬는데(그래 봐야 여기 관심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사이의 찻잔 속 태풍이었지만), 어쩌면 HMH는 그런 세태까지 염두에 두어 최근 일부러 여성 작가를 초빙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2014년 초빙 편집자는 데버러 블룸(퓰리처를 받은 과학 저널리스트로 번역본은 애착 이론의 해리 할로 이야기인 [사랑의 발견], [CSI IN 모던타임스]가 있다), 2015년은 레베카 스클루트(과학 저널리스트로, 미국에서 초베스트셀러가 된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이 번역되었었다), 2016년은 에이미 스튜어트(식물학이 전문인 저널리스트로 번역본 중 [술 취한 식물학자]가 말하자면 대표작 격인데, 최근 소설에 도전해서 성공했고 그 소설도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로 번역되었다)였고 이제 2017년은 호프 자런이니 4년 연속 여성 작가가 초빙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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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 목차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18년 동안 이 선집에 가장 자주 이름을 올린 작가는 누구일까? 초빙 편집자의 취향에 따라 매년 좀더 집중하는 분야가 있기도 하고 그러니 이 선집이 무슨 객관적인 평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누가 동료 과학 저널리스트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는 작가인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쓸데없는 목록 작성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18권의 책 목차를 목록화해보았다…

그 결과 확인한 것: 18년 동안 실린 글은 총 455편이다. 글이 한 편이라도 실린 작가는 총 340명이다.

가장 많은 글을 올린 작가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이름 뒤의 *표는 번역본이 한 권이라도 있는 작가. 각종 매체에 기사를 쓰는 것이 업인 사람들이 많아서 애초에 단행본은 별로 없는 경우도 많다.)

총 3회:
칼 짐머(Carl Zimmer) – 생물학 *
찰스 C. 만(Charles C. Mann) – 지구과학, 자연
데이비드 돕스(David Hobbs) – 생물학, 의학
에드워드 호글랜드(Edward Hoagland) – 자연, 동물
존 E. 호건(John E. Horgan) – 과학학, 기술 *
존 무알렘(Jon Mooallem) – 자연, 동물
미셸 네이하위스(Michelle Nijhuis) – 환경
리처드 콘니프(Richard Conniff) – 자연, 동물 *
로버트 M. 새폴스키(Robert M. Sapolsky) – 생물학, 의학 *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 – 물리학 *

총 4회:
버크하르트 빌저(Burkhard Bilder) – 자연
데니스 오버바이(Dennis Overbye) – 물리, 천문학 *
제롬 그루프먼(Jerome Groopman) – 의학, 생물학 *
티머시 페리스(Timothy Ferris) – 천문학 *

총 5회:
아툴 가완디(Atul Gawande) – 의학 *
데이비드 쾀멘(David Quammen) – 자연, 동물 *
맬컴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 사회학, 심리학 *
내털리 앤지어(Natalie Angier) – 생물학 *

총 6회:
로버트 쿤직(Robert Kunzig) – 해양학, 환경

총 7회:
마이클 스펙터(Michael Specter) – 보건, 의학

기라성 같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한 근사한 명단이 아닌가. 아툴 가완디가 5회나 오른 것을 보라. 가완디는 그냥 ‘글 좀 쓰네’ 하는 수준의 의사가 결코 아니다. 맬컴 글래드웰이 5회인 것도 재밌다. 요즘은 과학 관련된 글은 거의 안 쓰지만 예전엔 과학 저널리스트였지. 이 명단의 이름들 중 제일 젊은 사람, 그리고 최근이 전성기인 사람은 [뉴욕 타임스]에서 과학을 맡고 있는 칼 짐머일 텐데, 그래 봐야 3회이니 벌써 몇십 년째 과학 기사를 써온 60, 70대의 선배들에 대려면 앞으로도 더 많이 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예의 1위는 공동인데…

총 9회:
엘리자베스 콜버트(Elizabeth Kolbert) – 환경 *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 생물학, 심리학 *

[여섯 번째 대멸종]이 가장 최근에 번역된 콜버트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올리버 색스는, 그러니까, 18년 동안 거의 격년으로 선정된 셈이다. 너무 멋지다. 2015년 사망한 색스는 16년 책에 마지막으로 실렸고, 마지막으로 실린 글은 ‘나의 주기율표’다. 번역본 [고맙습니다]에 수록되어 있는 글이다.

***

위에는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이름들도, 과학책과 과학 기사를 꾸준히 읽어온 독자에게는 무척 익숙한 이름들. E. O. 윌슨, 제인 구달, 프리먼 다이슨, 닐 더그래스 타이슨 같은 전업 과학자들도 있고, 바버라 킹솔버, 니콜러스 카, 재런 레이니어, 샘 킨, 사이 몽고메리, 팀 플래너리처럼 책으로 더 유명한 작가들도 있다.

의외의 이름들도 있다. 내가 발견하고 가장 기뻤던 이름은 둘, 앤 패디먼과 리베카 솔닛이다.

패디먼은 ‘물속에서’라는 글이 실렸다. 이 글은 번역본 [세렌디피티 수집광]에 실려 있다. 솔닛은 ‘분리시키는 질병 – 나병은 어떻게 감정이입을 가르치는가’가 실렸다. 이 글은 아직 단행본으로 묶이지 않았고 번역도 없지만, 전문을 웹에서 읽을 수 있다. https://harpers.org/archive/2013/06/the-separating-sickness/ 읽어보니 정말 좋은 과학 에세이라고 할 만하다. 하긴 솔닛은 늘 분야가 무의미한 글을 쓰니까. 언젠가 시간이 나면 번역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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