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a Biss on ‘On Immunity’

율라 비스와 <면역에 관하여>를 이야기하다

-<하퍼스> 블로그 2014년 10월 1일, 제프리 글리브스
http://harpers.org/blog/2014/10/discussing-on-immunity-an-inoculation-with-eula-biss/

최신작 <면역에 관하여>에서 율라 비스는 아킬레우스 신화, 뱀파이어의 타자성, 소의 우두 농포에서 짠 고름을 사용했던 초기 백신 기법을 살펴본다. 그런 것을 살펴보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서로를 어떻게 보호해 주는지를, 그리고 우리에게 왜 서로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첫 아이를 낳아 어머니가 된 비스는 주변 세상에서 새롭게 갖가지 두려움을 발견하고,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신생아 아들을 외부의 위험뿐 아니라 내부의 위험으로부터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인지 알아내려 애쓴다. 그 결과 그가 알아낸 건 과학, 정치, 그리고 공중 보건이라는 거대한 사업 사이의 경계가 놀랍도록 침습적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전미 비평가 협회상을 받은 전작 <황무지에서 온 편지>(2009년)의 특징이었던 기민한 지성과 정확성을 간직한 채, 비스는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운명은 우리가 생각해 온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설득한다. 그에게 이메일로 여섯 개의 질문을 던졌다.

 

biss-eulaQ: <면역에 관하여>가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의에 어떻게 기여하면 좋겠습니까?

A: 내게 <면역에 관하여>를 쓰는 건 왜 내가 백신을 둘러싼 어떤 두려움에 취약한지, 그리고 왜 내가 백신에 관한 잘못된 정보 중 일부에 끌리는지를 살펴볼 기회였습니다. 내가 바라는 건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서 왜 우리가 이 기술을 이토록 쉽게 의심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었으면 하는 겁니다.

나는 또 이 책이 상당히 독설적일 때가 많은 백신 관련 토론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 대화는 가끔 야비한 트롤들에게 점령된 것처럼 보입니다. 트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 때문에 이 논의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문제지만, 피해는 그 밖의 측면에도 있습니다.

내가 밤마다 대중 출판물에 실린 백신 관련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 맨 처음 심란하게 느꼈던 점은, 거기에 희미한 (때로는 희미하다고도 할 수 없는) 여성 혐오의 낌새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엄마들이 그렇게 과학에 무식하고 멍청하지만 않다면 왜 아이에게 백신을 맞혀야 하는지를 단번에 이해할 텐데” 하는 메시지가 깔려 있는 것 같았죠. 나는 <면역에 관하여>를 쓸 때 모든 어머니에게는 지성과 분별이 있다는 가정을 깔고서 그 어머니들에게 직접 말을 거는 것처럼 썼는데, 그렇게 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저런 모욕적인 메시지에 반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Q: 책은 당신이 아들에게 예방접종을 맞힐지 말지 결정하는 문제를 중심에 놓고 펼쳐지는데, 당신은 그 문제를 ‘부모됨’에 따르기 마련인 더 큰 두려움과 연관해서 말합니다. 아들의 탄생은 공중 보건 문제에 관한 당신의 견해를 어떻게 바꿔 놓았습니까?

A: 아들이 태어났을 때만 해도 난 내가 내리는 결정들이 오로지 아이의 건강에만 관련된 결정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갓난아이의 건강이 내 건강에 아주 많이 의존한다는 것, 내 건강 또한 아기의 건강에 아주 많이 의존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사태가 좀 다르게 보이더군요. 그건 내가 아이의 영아기 때 얻은 가장 훌륭한 교훈 중 하나였습니다.

아이가 생후 몇 개월이 되었을 무렵에는 어떻게 아기의 건강이 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를 넘어서 어떻게 아기의 건강이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까지 생각하게 되었죠. 당시 B형 간염에 관한 자료를 읽고 있었는데, 신생아들의 백신 접종이 인구 전체의 B형 간염 발병률을 낮게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습니다. 초기의 B형 간염 공중 보건 정책처럼 이른바 고위험군에게만 초점을 맞췄을 때는 신생아들에게 집단적으로 백신을 접종시켰을 때처럼 좋은 결과가 나지 않았죠. 그렇다면, 내 신생아 아들이 제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참여하는 건 이 사회에 태어난 한 사람으로서 아이의 의무가 아닐까? 나는 점차 그렇다, 의무가 맞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Q: 당신은 책에서, 오늘날의 백신 반대 정서에는 제 이익만을 챙기는 자본주의의 영향이 조금이나마 분명히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달리 또 어느 영역에 그 영향이 미치고 있을까요?

A: 물론 우리는, 다른 많은 분야에서 그렇듯이 의료에서도 소비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우리가 소비자처럼 생각하는 게 자신에게 늘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술이나 공동체 건설이나 교육과 마찬가지로, 의료는 최소한의 대가로 최대한을 얻어내려고 하는 소비자주의적 접근법이 도리어 비생산적일 수도 있는 분야입니다.

나는 선생이니까, 소비자주의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할 기회가 충분했습니다. 소비자로서 교육에 접근하는 학생은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과정이 아니라 완제품을 원하고, 배움이 오락처럼 느껴지기를 기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무릇 배움이란 오락보다는 힘든 법인데, 그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망을 맛본 소비자주의적 학습자는 그 실망을 제품의 결함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손실은 이중적입니다. 학습자는 우선 학습의 기회를 잃고, 나아가 그 손실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자각조차 잃습니다.

이건 교육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사실, 그리고 일부 학생이 그 비용을 치르고도 부실한 수익만을 얻어 간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의료의 경제 구조와 그 부패의 문제를 따져 물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교육의 경제 구조와 그 부패의 문제도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투성이 체계 내에서도 각자 개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에게도 썩 좋을 게 없을 겁니다.

 

Q: 전작 <황무지에서 온 편지>에는 비관습적인 형식을 취한 글이 더러 있었습니다. 가령 어떤 글은 아포리즘적 진술들을 병치한 형식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면역에 관하여>는 좀 더 전통적인 형식으로 논증을 펼칩니다. 그 차이는 당신의 글쓰기 스타일이 진화했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각 주제가 그런 형식을 요구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까?

A: 내 글쓰기 스타일은 내 사고의 스타일을 반영할 때가 많은데, 그 사고의 스타일은 글마다 바뀝니다. <면역에 관하여>를 쓰면서 설정했던 과제 중 하나는 어쩌다 보니 내가 습관을 들인 사고의 방식을 – 그걸 ‘느슨한 연상’의 방식이라고 부르도록 합시다 –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백신을 둘러싼 공적 담론에서 느슨한 연상이 숱하게 펼쳐지는 걸 보았을 때, 나는 그 사실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 사고의 방식이 내 예술적 생산성을 높여 주었지만, <면역에 관하여>를 쓸 때는 내가 그 방식의 위험을 점검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발 물러나서 나 자신의 생각을 관찰하고, 그다음에는 내 생각의 방식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생각해 봐야 했습니다. 그건 퍽 불편하고 심란한 과정이었죠. 그리고 그 결과, 자연히 기존의 내 글과는 사뭇 스타일이 다른 글이 씌어졌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습관을 점검하는 도중에는 글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평소 습관에 느긋이 빠져들 수 없었던 겁니다.

<면역에 관하여>는 내게 중요한 성장의 단계였습니다. 하지만 물론 무엇이 되었든 다음번에 쓸 글에서는 원래의 내 못된 습관을 맘껏 탐닉할 겁니다!

 

Q: 당신은 책 전체에서 수전 손택을 자주 언급합니다. 특히 <에이즈와 그 은유>(1989년)를 자주 언급합니다. 손택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습니까?

A: 나는 손택에게 많은 빚을 졌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마음껏 생각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책에서 인물이나 장면이나 스토리의 보호를 받지 않은 채 노골적으로 생각만 한다는 건 때로 겁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나는 늘 걱정하기를, 스스로에게 그냥 생각만 해도 좋다는 허락을 내린다면 내가 지루한 작가가 되어 버릴 것 같았습니다.

내가 손택의 글에서 좋아하는 점은 그 속에서 생각이 드라마가 된다는 점입니다. 손택은 겸연쩍은 기색이라곤 없이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없이 강렬하게 생각합니다! 내가 그의 의견에 동의하든 말든, 그의 생각은 늘 짜릿하게 느껴집니다. 나는 <면역에 관하여>를 쓸 때 끊임없이 이런저런 발상에 이끌렸는데, 그 이끌림은 한편으로는 신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겁났습니다. 내가 손택을 안내자로 삼은 건, 그가 자신의 발상에 대해 늘 느긋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손택이 다룬 주제 중 일부가 내 주제와 관련된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은유로서의 질병>을 나는 대학 때 처음 읽었습니다. 나로선 작가가 은유를 통해서 혹은 은유를 동원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은유에 관해서 생각하는 걸 본 게 손택이 처음이었죠. 강렬했던 그 체험을 이후에도 잊지 않았으니, 나는 그 점에서도 손택에게 빚졌습니다.

 

Q: <면역에 관하여>는 우리 자신과 가족을 위협하는 가장 두려운 위험은 집 밖에 존재한다고 여기는 미국적 통념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예를 들어, 모기가 인간의 삶에 가하는 위험은 어마어마한 수준인 데 비해 상어가 내는 희생자는 매년 고작 한 손가락에 꼽힐 정도인데도 우리는 모기보다 상어가 더 낯설기 때문에 상어를 더 두려워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공의 위험과 사적인 위험에 관한 통념을 어떻게 재검토해야 할까요?

A: 스스로를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될 겁니다. 남들에게 위험한 건 물론이거니와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식에게도 위험한 존재로 말입니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통계로 이미 확인된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여자가 살해될 때는 함께 사는 남자가 범인인 경우가 많고 아이가 납치될 때는 제 부모가 범인인 경우가 많고, 그런 식이죠. 우리가 스스로를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면, 오늘날 맹목적 숭배의 대상이 된 가정은 이제 평범한 위험을 담고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라는 실체를 드러내게 됩니다.

내가 자신을 위험한 존재로 인식한 건 <황무지에서 온 편지> 중 ‘백인됨’에 관한 글을 쓸 때였습니다. 그때 인종과 사회적 권력에 관한 대화를 통해서 나 자신을 위험한 존재로 여길 줄 알게 되었는데, 그런 자세를 갖춘 뒤 공중 보건이라는 주제를 접했더니, 흔히들 당연한 것으로 통용되는 태도들 중 놀랍도록 많은 걸 거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짧지만 훌륭한 인터뷰다. <면역에 관하여>는 은근히 어렵고 다층적이라서 한두 측면으로 정리하기 어려운데, 이 인터뷰에서 비스는 책에서보다 좀 더 직설적인 표현을 동원하여 책의 주제와 의의를 알려준다. 1, 2, 3번 질문과 대답이 그렇다.

한편 내가 제일 감탄한 건 4번 질문에 대한 대답. 율라 비스가 스스로 ‘느슨한 연상’이라고 이름 붙인 사고의 방식에 뛰어나다는 건 <면역에 관하여>에서도 드러난다. 그에게는 은유와 시적 연상으로 사고를 확장시키는 재능이 있다. 그런데 비스는 그것이 자신의 장점임을 자각하면서도 그것이 <면역에 관하여>를 쓸 때는 비판하고 경계해야 할 방식이란 것도 똑똑히 알았단 거다. 백신을 둘러싼 오해와 혼란이 바로 그런 사고 방식에서 비롯한 게 많기 때문에. (이를테면 ‘질병=자연=좋은 것, 백신=인공=나쁜 것’이라는 대비도 그런 사고 방식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 자신의 장점이 곧 맹점이 된 영역에서 스스로를 비판하는 동시에 제 장기를 펼쳐 보인다는 것, 그 저글링의 결과물이 성공적이라는 것.

5번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손택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비스가 현재의 장기를 갖게 된 것이 타고난 재능 덕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엿보게 함. 하기야 이건 적잖은 여성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저자 인터뷰를 읽어서 뭔가 더 알게 되는 경우는 사실 드물다. 책에 관한 말은 오히려 안 하는 편이 대체로 낫다. 그런데 이 인터뷰는 책을 명료하게 소개할뿐더러 독자가 책의 주제를 더욱 확장하도록 돕는다(3번 질문에 대한 대답). 더구나 비스가 앞으로 쓸 글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데(4, 6번 질문에 대한 대답), 그 역시 사실은 드문 경우다.

비스가 어떤 이론이나 주의를 바탕에 깔고서 사고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 논리, 시적 상상력을 길잡이 삼아 한 단계 한 단계 단단하게 제 머리로 사고하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는 인터뷰. I admire her s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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