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리에 가즈키의 조용한 위엄: 번역에 관하여

<리터러리 허브>에 실린 짧은 기사를 번역해보았다. 원문은 여기. <스토너>를 일본어로 옮긴 번역가 아가리에 가즈키에 대해서, 역시 번역가인 시바타 모토유키가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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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리에 가즈키의 조용한 위엄: <스토너> 번역에 관하여

2016년 5월 25일, 시바타 모토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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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번역가가 눈앞에 드러나지 않는 존재로 이야기되지만, 일본에서는 번역가가 상당히 잘 보이는 존재다. 많은 독자들은 자신이 읽는 책을 누가 번역했느냐에 신경을 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CD로 구입하려고 할 때 첼로 연주자가 누구냐를 신경 쓰는 것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저자보다 번역자를 보고 책을 고르는 독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출판사들은 그 수요에 부응하여 표지에 번역자 이름을 저자 이름만큼 큰 글씨로 써둔다. 일본에서는 번역가의 후기가 수록되는 것이 기본이며, 책을 사려는 사람들은 서점에서 역자 후기를 먼저 읽을 때가 많다.

그렇게 번역가가 두드러지는 환경에서, 아가리에 가즈키는 작업을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조용한 존재였다. 물론, 그의 이름은 일부 독자들에게 친숙했다. 대중적인 소설의 팬들은 그를 필립 커, 돈 윈슬러, 리처드 노스 패터슨을 번역한 사람으로 알았고, 좀더 심각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가 루이스 베글리의 <전시의 거짓말들 Wartime Lies>이나 신시아 오지크의 <숄 The Shawl> 등을 대단히 유려한 일본어로 옮긴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의 일부 번역가들과는 달리 에세이나 서평은 거의 쓰지 않았다. 그는 나서지 않는 사람이었고 파티에서 수줍어하는 사람이었지만, 유니 대학의 학생들에게는 깊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유니 대학은 일본에서 번역가를 양성하는 학교들 중 하나로, 그는 수십 년 동안 그곳에서 가르쳤다.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번역한 책은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였다.

이 책의 부활을 둘러싼 사연은 다들 알 것이다. <스토너>는 어느 대학 교수의 전혀 대단할 것 없는 경력을 쫓는 소설이다. 책은 1965년에 처음 출간되었을 때 2,000부도 안 팔렸고, 이듬해 절판되었다가, 2003년에서야 빈티지 사에 의해 되살아났다. 2006년에는 ‘뉴욕 리뷰 오브 북스’ 클래식 시리즈로 재출간되었다.

아가리에는 2013년에 그 책의 존재를 알았고, 책을 읽었고, 반해버렸다. 그는 편집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애썼다. 모두가 감명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결국 작지만 평판 좋은 출판사인 사쿠힌샤가 책을 내기로 했다.

아가리에는 <스토너> 번역을 시작한 때로부터 8개월 전, 의사로부터 살날이 6개월밖에 안 남았다는 말을 들었다. 번역을 시작했을 때 그는 말하자면 이미 주어진 시간을 넘어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식도암을 앓고 있었다. 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것을 알았던 그는 착실하게 작업했고, 매일 업데이트한 파일을 예전 학생이었던 후세 유키코에게 보냈다. 새 파일에는 늘 똑같은 메시지를 첨부했다. “이 파일로 교체해주세요.”

처음에는 하루에 세 쪽이었다.

그다음에는 하루에 한 쪽이었다.

그다음에는 하루에 한 단락이었다.

그다음에는 하루에 몇 줄이었다.

그즈음 그는 의식이 온전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컴퓨터로 타이핑할 기력이 없어서 가족에게 구술했다.

그는 딱 한 쪽을 남겨두고 죽었다.

독자들은 종종 저자를 책 속 인물과 겹쳐 보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 드문 경우, 우리는 번역자를 스토너와 겹쳐 보지 않기가 어렵다. 겉으로 볼 때, 아가리에 가즈키의 삶은 평생 미드웨스턴 대학에서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문학 교수로 살았던 스토너의 삶만큼이나 특별할 것 없어 보인다. 자신에게 늘 친절하지만은 않았던 운명을 감내하며 살아냈던 그 조용하고 위엄 있는 인물에게 아가리에가 자신을 동일시했으리라는 생각을, 우리는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쪽은 후세 유키코가 번역했다. <스토너>는 그의 학생이 최종적으로 “교체”한 번역 원고로 2014년 9월에 일본어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번역가가 죽은 지 3개월 뒤였다. 팡파르 따위 없이 출간된 책이었지만 독자가 꾸준히 늘었고, 지금도 늘고 있다. <스토너>는 11쇄를 찍었고, 2015년 제1회 일본번역대상에서 일반 독자들의 표를 제일 많이 받았다. 나를 포함한 심사위원들은 이 책에 특별 독자상을 안겼다.

(시바타 모토유키: 에세이스트이자 미국 문학 번역가로, 도쿄 대학에서 가르친다. 폴 오스터의 <고독의 발명>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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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번역대상’은 번역가들이 중심이 되어 작년에 제정한 상으로, 독자들로부터 후보작을 추천받고 자금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았다고 한다. 그 소식 듣고 감탄했던 기억이… 제1회 대상을 박민규의 <카스테라> 번역이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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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아가리에 가즈키의 조용한 위엄: 번역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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