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퍼센트 인간 – 앨러나 콜렌

10퍼센트 인간
앨러나 콜렌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서 전부 다 아는 게 원천적으로 가능할까?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로부터 파생되는 모르는 것의 영토는 오히려 더 넓어진다.

지난 세기에 과학자들은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발견은 알고 보니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는 전체의 5퍼센트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95퍼센트는 아직 관측하지 못하는 대상이라는 점이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라고 불리는 미지의 95퍼센트가 실은 우주의 주인공이었고 우리가 망원경으로 보는 우주는 겨우 5퍼센트 우주였던 것이다.

그런 사정은 인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의학, 생물학, 유전학의 발전으로 몸에 대해서 얼추 다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밝혀졌다. 알고 보니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중 불과 10퍼센트만이 인간 세포였고 나머지 90퍼센트는 체내 미생물의 세포였던 것이다. 유전자 개수로 따지면 더 심하다. 인체에 간직된 인간 유전자는 2만여개인 데 비해 미생물의 유전자는 440만개다. 유전자 개수로 따지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았던 인간은 겨우 0.5퍼센트 인간이다.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인체에서 살아가는 약 100조마리 미생물을 통칭하여 미생물총이라고 부른다. 미생물은 온몸 구석구석에 있고, 특히 장에는 늘 1.5㎏의 세균이 들어 있다. 장내 미생물이 섬유질 분해, 비타민 합성을 맡아 소화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이제 잘 알려져 있다. 미생물은 그 밖에도 무수한 방식으로 인체의 기능을 거드는데, 그 방식은 최근에서야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항생제의 발견 이후 우리가 체내 미생물을 몰아내는 전쟁에만 몰두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항생제는 기적의 선물이다. 다만 지금까지 10퍼센트 인간에 대한 지식에만 의존했던 우리가 항생제를 마구 휘둘러 본의 아니게 나머지 90퍼센트를 초토화한 게 탈이다. 에는 아마도 그 때문에 21세기 들어 대폭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병이 줄줄이 나열된다. 알레르기, 제1형 당뇨병 같은 자가면역 질환, 과민성 장 증후군 같은 소화 장애, 비만. 더구나 미생물이 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밝혀짐에 따라, 자폐 같은 질환도 미생물총과 관련될지 모른다는 가설이 있다. 억측은 아니다. 광견병 바이러스에 걸린 개가 공격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미생물이 숙주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초파리는 체내 미생물이 성페로몬의 종류를 결정함으로써 짝짓기 상대를 결정하는 성적 기호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연구는 덜 되었을지언정 인간의 행동과 성격도 많은 부분 미생물총에 의해 조종된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추측 아닐까? 요즘 유산균을 비롯한 유익한 미생물을 장에 주입하여 소화 활동을 개선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유행인 것처럼, 앞으로는 정신도 미생물로 조절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은 미생물총의 과학을 찬찬히 소개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미생물총과 좀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들도 알려준다. 요컨대 나라는 존재는 무수한 종이 모여 사는 집단이었던 것이다. 우주의 암흑물질만큼 놀라운 미지의 세상이 우리 몸에도 있었다.

-2016. 3. 18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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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10퍼센트 인간 – 앨러나 콜렌

  1. 안녕하세요,

    포털 다음에 실렸던 님 관련 기사를 보고 망설이다가 글 남깁니다.

    저는 99년부터 회사생활 하면서 번역 일을 같이 하는 투잡을 하다가, 몸과 마음이 지쳐서 작년에 회사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전업 프리랜서 번역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투잡 생활이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끝없는 복종과 헌신을 요구하는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낀 것도 이유입니다.

    님과 같은 서적 번역은 아니구요, 일반 기업 문서들을 번역합니다.

    님처럼 하루 종일 혼자 지내고 있지요.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계속 혼자 지내기만 하면 아무래도 외로움이랄까, 아니면 약간… 공허한 감정이 느껴질 때가 님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감정을 어떻게 극복하시는지요?

    제 경우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금은 토요일마다 영어 학습 관련 모임에 나가고 있구요,

    주중에는 9-6시까지는 책상 앞에 붙어있어야 하는 지라 다른 걸 실행하긴 어렵지만, 인근에 있는 번역 에이전시에 지원(?)해서 다녀볼까도 생각 중이고요,

    아니면 애완동물을 키워볼까도 생각 중입니다만 이건 혹시라도 제가 중간에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봐 두려워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네요.

    매일 저녁 6시에 일을 마치고 밖에 나가서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칼같이 하루 만보씩 채우고 있네요.

    그런데 정말 인간이라는 존재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인지, 가끔, 아니 특히 아침마다 밀려오는 그 공허함…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아뭏든 그 감정은 참 통제하기 어렵네요.

    비슷한 일(?)을 하는 입장에서 혹시 그런 감정을 극복하는 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여쭤보고 싶습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2. 안녕하세요, 냥이 님! 제가 이 블로그를 방치해 두다시피 해서 코멘트를 이제야 보았습니다. 답이 너무 늦어 죄송해요. 이것도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말씀하신 고민은 저도 물론 겪고 있어요. 하루 종일 집에서 일하니까, 하루에 한 마디도 안 할 때도 많고요. 아무리 일에 집중해도 가끔은 미칠 것 같죠.

    예전에는 이게 너무 힘들어서 돈을 내고 여러 명이서 공유하는 작업실에 출퇴근을 해본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몇 달 해보니 그건 또 제게 맞지 않더라고요. 혼자 있는 거 힘들지만 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게 더 힘들더라는… 그래서 지금은 이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하며 간간이 스트레스를 푸는 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냥이 님 질문을 보고 제가 곰곰 생각해보니, 제가 그런 고립감을 푸는 제일가는 방법은 온라인 SNS인 것 같아요. -_-;;; 되게 없어 보이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블로그도 꾸준히 하고 각종 SNS를 다 해서, 온라인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중얼거리는 것에 익숙해져버렸어요.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친구들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정말로 온라인 대화가 큰 힘이 됩니다. 이것도 사람에 따라 맞거나 맞지 않겠지만, 저는 굉장히 편하게 느끼고 있고, 오프라인에서의 고립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그 밖에는 하루 종일 가서 앉아서 일해도 좋은 단골 카페가 한 군데 있어서, 정 답답할 때 나가 있는 정도일까요. 그곳은 사장님도 단골들도 아는 분들이라, 나가 있으면 자연히 잡담을 많이 하게 되어요. 제 경우에는 열흘이나 2주에 한 번만 그렇게 바람을 쐬어도 괜찮더라고요.

    아, 저는 일주일에 두세 번 요가를 가는데, 그것도 제게는 아주 중요한 바깥 활동이네요;;;

    오히려 주말마다 정기적인 모임을 하시는 냥이 님께서 저보다 더 많은 관계를 맺고 사시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제 사정이 약간의 힌트는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이렇게 주절주절 적어보았습니다.

    부디 몸과 마음의 건강 지키시며 즐거운 봄 보내고 계시길, 그리고 차츰 나은 방법을 찾으시길 멀리서나마 바랍니다. 어렵지만 일상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마음으로, 저도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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