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와 그의 번역가 윌리엄 위버를 기리며

움베르토 에코는 번역가들에게도 특별한 존재. 모국어인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에 유창했던 것은 물론이고 다른 유럽어도 여럿 했던 그는 번역된 책을 읽고 오류를 지적할 줄 아는, 번역가들에게는 정말 딱 싫은 저자였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뜻밖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언어로 옮겨진 것은 번역사의 한 사건이었다. 능력 닿는 대로 꼬치꼬치 번역에 끼어들었던 에코는 그 과정을 <번역한다는 것>이란 책으로도 남겼다.

고 이윤기 선생님이 우리말로 번역한 <장미의 이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받지 않은 번역가가 몇이나 될까? 나는 그 책의 번역을 둘러싼 토론과 개정판을 낸 이윤기 선생님의 대응에서 번역에 대해 많은 걸 배웠다.

그리고 그 이전에, 학생일 때 그 책을 읽고 작가 못지않게 번역가에게 반했던 경험은 내가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결심한 가장 큰 계기였다. 에코를 번역하기 위해 이탈리아어를 배우셨다는 전설이 있는 이세욱 선생님의 번역은 또 어떤가.

그래서 내게 에코는 번역의 아이콘이다. 이런 번역가가 많을 테니, 언젠가 누군가 번역가의 시선에서 제대로 된, 아주 멋진 부고를 써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다만 나는 에코의 부고가 아니라 <장미의 이름>을 영어로 옮겼던 번역가 윌리엄 위버의 부고를 여기 덧붙여본다.

2년 전 위버가 죽었을 때 <가디언>에 실린 부고를 번역한 것인데 아주 재미있다. 에코는 위버의 영어 번역이 자기 이탈리아어 원본보다 낫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에코도 위버도 이윤기 선생님도 하늘에서 세상 모든 번역가들의 수호성인이 되어주기를. 명복을 빈다.

윌리엄 위버의 부고: http://bedewed.egloos.com/2122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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